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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너는 여자.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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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룩한나그네 2008. 12. 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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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운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언간다. 구름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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