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속도와 성과다. 책을 읽을 때도 속도와 성과를 중시한다. 빨리 읽고 많이 읽는 사람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빨리 읽고 많이 읽어서 나름의 체계를 세우는 것이 글을 읽는 목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 말로 읽는 것을 의미와 읽는 것의 즐거움을 죽이는 행위이다. 읽는 것은 입의 즐거움, 귀의
즐거움, 마음의 즐거움을 누리는 행위이다. 속도에 대한 강조는 이런 즐거움을 죽여야만 가능하다. 즐거움보다는 성과를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이런 죽음을 애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읽는 즐거움을 죽이고 나면,
도대체 우리가 얻을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읽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느리게 읽어야 한다.
느리게 읽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는 두 번 읽기를 권한다. 하나의 책을 두번씩 읽는 것이다. 책을 처음 읽으면서 느리게 읽기는 힘들다. 처음 읽으면서는 흐름을 파악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서 읽어야 한다. 이렇게 읽으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중요한 구절들에 줄을 긋는 것이다. 내용상
중요한 구절들에,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들에 줄을 긋고, 표시를 해야 한다. 이렇게 읽으면서는 책의 핵심내용과 중요한 통찰력들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번 읽자. 이 때는 줄을 그은 부분만을 읽자. 최대한 느리게 읽자. 가능하면 소리내어서 읽어보자. 느리게 읽으면서 최대한 우리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읽자. 이 구절은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조명해 주는가? 우리가 경험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어떻게
설명하며 정리해 주고 있는가? 혹은 이 구절은 아름다고 논리적이지만 나의 경험과는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이 생각은 단지 사변적일 뿐이지 않은가? 삶과 책이 만날 때, 삶과 저자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나는 새로운 통찰력과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느리게 읽으면서 할 수 있는 또 하나는 암송하면서 읽는 것이다. 암송은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을 즐기면서 몇번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읽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부분이 많다. 음율과 리듬, 강약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리듬과 강약을 개인적으로 만들어서 몇번이나 읽어보자. 그러면서 읽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암송을 해 보자. 암송을 통해 구절들과 내용이 우리의 삶에 자리를 잡게 되면, 이런 내용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느리게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