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의 재산은 바로 아이디어와 자료다.
정리한 메모와 추가한 자료들을 가제본한 책처럼 꾸미는 것이 정 교수의 특징이다.
겉장에는 책 장정처럼 붓글씨로 제목을 써 놓는다.
남의 책을 보다가도 아이디어들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그래서 외국 텍스트를 보고 벤치마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외국 책이나 다른 사람이 쓴 책에서 아이템을 얻고 내용은 우리의 것으로 채우는 식이다.
물음이 생기면 그는 곧바로 메모를 시작한다.
제목을 정하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좋을 지 목록을 짠다.
며칠 뒤에 다시 2차 메모에 들어간다. 이때는 전체 목차의 얼개를 마련한다.
관련된 스크랩 자료나 복사물도 끼워 넣는다.
그가 글을 쓸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도려낸다. 그럴수록 전달력이 강해진다.
일단 쓴 글을 다시 매끄럽게 다듬는 방법으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낭독이다.
글을 쓰고 나면 무조건 세번씩 소리 내서 읽어본다.
다시 손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내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예요.
그런 곳을 한 번 더 고칩니다.
문화는 늘 변할 뿐 발전하는 것이 아니며
각 시대는 항상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 우리와 맞느냐 안 맞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